설문조사 빅데이터 분석 결과 항공업계가 바라는 항공기는?

2020년대를 관통하는 항공사의 화두는 일상적인 운영문제의 해결이며, 대부분의 항공사는 이 문제의 해결에 집중해왔다. COVID19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을 기점으로급증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항공사들이 운송 능력을 다시확대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으며 지금도 많은 어려움이있다. 여기에 항공산업 전반의 공급망 문제와 생산 위기, 엔진내구성과 품질 문제까지 겹치며 상당수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설문조사 요약
보잉이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의 개발을 시작한지 20년이지난 지금, 최근 진행된 항공 산업계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는보잉의 신형 항공기보다, 오히려 엠브레어의 차세대 단일통로기에 대한 높은 관심이 확인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에비에이션위크 네크워크(이하 AWN)가 BOA(Bank of America)
의 분석가들과 함께 진행됐다. 설문 응답자들은 항공사, 리스사, 제조업체(OEM), 부품 공급업체 및 공급망 구성업체, MRO 업체 등으로 구성됐다.
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차세대 여객기에 대한 기대감’이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업 항공기 시장에서 더 활발한 경쟁을 기대하고 있었다. 또한, 항공업계는 새로운 항공기형상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492명 중 45%는 항공사 소속이었다. BOA 글로벌리서치의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담당 론 엡스테인 분석가는 “응답자들은 엠브레어의 독자적인 항공기 개발을 지지하고 있으며, 보잉과의 협력 보다 오히려 단독 개발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라며, “새로운 항공기 제작사가주류로 등장하기를 바라는 시장 요구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에어버스·보잉의 신중한 행보
1987년부터 상용기 시장을 양분해 온 에어버스와 보잉은A320neo와 737 MAX 시리즈의 차세대 후속기종의 개발 이유를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새로운 단일통로기를 2030년대 중반 이전까지 준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발언에 따르면 새로운 항공기 개발은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 그룹의 기욤포리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항공기 개발 결정을 위해서는 현재 상용기 시장과 공급업체들이 수년 간 높은생산 안정성과 개선된 마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한편, 보잉의 켈리 오르버그 CEO는 “보잉은 결국 새로운 상용기를 개발할 것이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보잉은스스로 자초한 생산 및 품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 회복 과정을막 시작했다. 기술 발전과 관련해 두 제작사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또한, 현재 에어버스와 보잉 모두 상당한 주문 잔고를 안고 있어,후속 기종을 너무 이른 시기에 출시할 경우 기존 주문에 영향을 미칠가능성이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에어버스와 보잉의 신중한 행보가 항공사들의 배출가스 감축 등 친환경 목표와 상충하고 있으며, 만약 친환경 기술을반영한 새로운 항공기를 갖춘 제3의 제작사가 있다면, 양강 체제를흔들 수 있는 틈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로다이나믹 애드버서리(AeroDynamic Advisory)의 리차드아불라피아 이사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방향성은 명확하다”라, “날개와 엔진 성능 향상과 함께 새로운 기능을 갖춘 A321XLR을개발하면 된다. A321계열은 거의 40년 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BOA의 엡스테인 분석가도 “항공사들이 원하는것은 A320neo와 항속거리와 크기가 비슷한 항공기”라며, “새로운 항공기가 반드시 획기적인 신형 기종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제3의 항공기 제작사 후보는?
데이비드 칼훈 보잉의 전 CEO는 상용기 업계의 새로운 도전자
가 중국의 COMAC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COMAC은 지난 2023
년 C919를 출시해 중국 내수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C919
는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고, 회의론자들은 COMAC이 글로
벌 경쟁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글로벌 항공당국의 인증을 획득하고
광범위한 유지보수 및 정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
하고 있다.

또다른 도전자인 브라질의 엠브레어는 과거에도 단일통로기 시장의 진출을 검토했지만, 에어버스와 보잉의 복점 체제에 직접 도전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엠브레어는 보잉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 미래 투자를 구상하며 다시 한번 단일통로기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엠브레어는 다양한 항공기 개념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올해 중 차세대 항공기 개발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24년 말 프란시스코 고메즈네토 엠브레어 CEO는 새로운 항공기 출시에 대한 결정이2030년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대한 입장을 다소 보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아불라피아 이사는 “엠브레어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수많은 공급업체, 금융기관, 심지어 다양한 국가가 포함된대규모 연합이 구축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네토CEO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투자자와 파트너를 유치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항공기 개발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항공기를 바라는 항공사들
고객들은 새로운 항공기의 신속한 출시를 바라는 눈치다. 항공사 응답자의 85%, 전체 응답자의 78%가 최신 기술이적용된 차세대 엔진(예: 차세대 P&W GTF, CFMI LEAP, 롤스로이스 UltraFan 프로젝트 엔진)이 탑재된 신형 항공기가2029년에서 2032년 사이에 취항할 수 있도록 출시된다면
‘매우 매력적일 것’이라는 답변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전체 설문 응답자의 71%는 에어버스, 보잉, 엠브레어가비슷한 시기에 신형 항공기를 출시하더라도, ‘엠브레어의 항공기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다고 판단되면 이를 선택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반대한 응답자는 항공사 기준 5%, 전
체 응답자 기준 6%에 불과했다. 또한, 항공사 응답자의 81%는 세 번째 상업용 항공기 제조사의 등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일부 대형 항공사들은 엠브레어가 신형 항공기를 출시할 경우 대량 주문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BOA의 엡스테인 분석가는 “현재 보잉의 상황과 시장의양상은 엠브레어에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며, “불과 5년후에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엠브레어가 향후 수년 내에 더 큰 상용 항공기를 출시할 가능성을 50 대 50으로 전망했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항공사들의 선호도를 감안해신형 항공기의 도입 시점은 2030년대 초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엠브레어는 역사적으로 항상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이번에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새로운 비즈니스 제트기 개발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전통적인 항공기 제조사가 아닌 도전자도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인 젯제로(JetZero)는 미 공군과 2억3,500만 달러 규모의 개발 계약을 통해 블렌디드 윙 바디 형태의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항공기는 군용 공중급유기와 민간 여객기로 모두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으며 현
존하는 엔진을 사용한다. 젯제로는 2030년대 중반 상용화를목표로 하고 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737-8과 A320neo를 대체할 수 있는 더 경제적이고 항속 거리가 긴 차세대 항공기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737-8과 A320neo는 각각 보잉과에어버스의 단일통로기 제품군의 대표 기종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더 큰 기종인 A321neo가 압도적인 판매량을기록하며 가장 인기 있는 기종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보잉은아직 인증도 획득하지 못했지만 737-10의 판매 성과가 점차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항공기 성능 선호도
그렇다면 항공사들이 원하는 신형 항공기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많은 응답자(47%)가 선택한 것은 150~179석 규모의 항공기였고, 26%는 더 큰 180~199석 규모의 기종을 원한다고 답했다. 반면, 230석 이상 수용 가능한 항공기를 원하는 항공사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흥미롭게도, 리스사들은 항공사들과 다소 다른 선호도를 보였다. 비교적 적은 수의리스사가 설문에 참여했지만, 이들 중 43%는 180~199석기종을, 29%는 200~229석 기종을 선호한다고 답해, 항공사보다 더 큰 기종을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설문을 통해 더 긴 항속 거리에 대한 선호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항공사 응답자의 52%는 ‘최대 4,000nm를 비행할 수있는 단일통로기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737 MAX와A320neo 기본 모델의 항속 거리를 크게 넘어서는 사양이다. ‘3,500 nm의 항속 거리가 충분하다’고 답변한 응답자는25%였으며, 23%는 ‘5,000nm까지 비행이 가능한 기종을선호한다’고 응답했다. 5,000nm는 A321XLR의 항속 거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동체 설계와 관련해서는, 항공사 응답자의 41%, 리스사 응답자의 43%가 전통적인 단일통로기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편, 항공사 응답자의 28%는 소형 이중통로기를원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보잉이 한때 검토하다가 중단한NMA(New Midmarket Airplane)개념과 유사하다. 이에 대해 아불라피아 이사는 ‘어쩌면 보잉의 NMA가 괜찮은 구상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항공사 응답자의 12%가 블렌디드 윙 바디를가장 유망한 설계로 보고 있으며, 반면 보잉이 X-66A 프로젝트에서 추진 중인 트러스 지지형 날개를 선호하는 응답자는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항공사 응답자의 32%는 ‘신형 항공기가 15% 수준의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면 충분’하다고 답했지만, 44%는‘20% 이상의 개선을 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설문 응답자의3분의 2는 ‘현세대 항공기와 비교하여 15~20% 수준의 연료효율 개선을 기대’하고 있으며, 17%는 ‘25% 이상의 개선을원한다’고 답했다. 고객들의 요구는 이처럼 명확하지만, 제조사들은 이러한기대를 충족하는 기술이 개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고 경고했다. 또한, 잠재 고객들은 현재의 상용 항공기 공급망이 세 번째
제조사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했다.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이에 동의하거나 매우 동의했으며, 반대하거나 매우 반대한 비율은 9%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