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단 확대 우선, 연료 전환은 이후: 아시아의 엇갈린 친환경 성장 전략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 지속가능성은 이제 구상 단계를 넘어 실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그 의지가 서방 시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역내 각국 정부는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SAF 혼합 의무화 목표부터 인센티브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 프레임워크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분절적이고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아시아·태평양 항공 규제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정책은 자본 유입을 촉진하기 시작했으며, 정부 지원 투자와 민간 투자가 SAF 생산 시설 및 관련 인프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 추진 동력만으로 구조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과제는 여전히 SAF 공급 문제입니다.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새로운 생산 능력 확대 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역내 생산량이 단기 수요 전망조차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공급 부족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격 상승 가능성 역시 항공사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여객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지적됩니다.
이와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아시아 항공사들이 SAF 확대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 항공사들은 기단 현대화와 운항 효율성 개선과 같은 검증된 단기 해법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단일통로기의 광범위한 도입은 이미 가시적인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내고 있으며, 상당수 경우 SAF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탄소 감축 효과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규제 압박에 따라 SAF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유럽 항공사들과는 다른 투자 판단 구조를 반영합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요소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달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통합된 규제 체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ASEAN을 중심으로 역내 협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각국의 국가적 우선순위가 정책 방향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별 의무 규정과 추진 일정 차이가 경쟁 환경 왜곡과 다국적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들의 규제 대응 복잡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동시에 업계 내에는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수단들도 존재합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회복 중인 기업 출장 수요는 SAF 구매 계약(offtake agreement)과 탄소 프로그램 등을 통한 지속가능성 투자 재원 확보의 잠재적 촉매제로 평가됩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항공사와 기업 고객 간의 보다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자체 탈탄소화 전략을 아직 구축해 나가는 단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성 전환 경로는 다른 지역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책적 의지와 시장 경제성, 인프라 구축 수준 간 상호작용이 보다 점진적이고 다변화된 전환을 이끌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전은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내 성공 여부는 외부 기준을 일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현실적이고 확장 가능한 해법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자 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